[기획] 이재용 회장도 줄 서게 만든 못난이 인형...‘라부부’에서 트로트 굿즈의 길을 묻다

박강민 기자

등록 2026-01-06 15:26

중국방문 이재용 회장 베이징 쇼핑몰에서 라부부 쇼핑장면 포착

전 세계 셀럽들 언박싱 경쟁...인형 1개가 2억 3000만 원 낙찰도

‘색깔 점퍼’ 등 그들만의 만족에 그친 국내 트로트 팬덤에 시사점

해외 진출 대비해서 세계시장 걸맞은 ‘글로벌 에디션’ 개발 시급

사진=로제, 리사 SNS지난 6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포착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모습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붉은 넥타이에 회색 패딩 조끼를 걸친 한국 재계 서열 1위 회장의 손에 들린 것은 최첨단 IT 기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삐죽삐죽한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기묘한 요정 인형, ‘라부부(Labubu)’였다. 몇 년 전부터 폭발적인 인기로 품귀현상을 빚다가 최근 인기가 주춤해진 듯하던 라부부 인형 열풍은 뜻밖에도 중국을 방문한 이재용 회장의 선택으로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을 뜨겁게 받고 있다.

이 회장의 ‘내돈내산’ 목격담은 단순한 가십을 넘어, 현재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거대한 ‘아트 토이 신드롬’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도대체 이 ‘못난이 인형’이 뭐길래 글로벌 CEO부터 K-팝 스타, 그리고 수억 원대 경매장까지 뒤흔들고 있는 것일까? 그 탄생부터 '억' 소리 나는 몸값이 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추적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 트로트계의 굿즈도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를 살펴보았다.


북유럽 신화에서 태어난 '어글리 큐트'

 

이재용 회장의 선택을 받은 라부부는 중국의 아트 토이 기업 ‘팝마트(POP MART)’의 간판스타지만, 그 뿌리는 홍콩 출신 아티스트 카싱 룽(Kasing Lung)의 상상력에서 시작됐다.

유년 시절을 유럽에서 보낸 카싱 룽은 북유럽 신화 속 요정과 괴물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그는 2015년, 숲속에 사는 신비로운 괴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시리즈 ‘더 몬스터즈(The Monsters)’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중 주인공 격인 라부부는 독보적인 비주얼을 자랑했다. 토끼처럼 긴 귀, 동그란 눈, 그리고 입 밖으로 삐져나온 9개의 날카로운 송곳니. 얼핏 보면 사악한 악동 같지만, 설정상 라부부는 호기심 많고 마음씨 착한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예쁘고 귀엽기만 한 캐릭터에 질린 대중들은 이 기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어글리 큐트(Ugly-Cute)’의 매력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사진=라부부 공식사이트 '팝마트'제공 

 '랜덤 박스'가 기름 붓고 리사·제니가 불붙였다

 

라부부가 단순히 마니아들의 수집품을 넘어 글로벌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된 데에는 치밀한 전략과 ‘셀럽 효과’가 있었다.

팝마트는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블라인드 박스(랜덤 박스)’ 마케팅을 도입했다. 상자를 뜯기 전까지의 긴장감, 원하던 것을 얻었을 때의 희열은 SNS 시대의 ‘언박싱 콘텐츠’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틱톡과 유튜브에는 전 세계 팬들의 라부부 언박싱 영상이 쏟아졌고, 이는 국경을 넘는 거대한 팬덤 형성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글로벌 스타들이었다. 블랙핑크의 리사가 자신의 명품 가방에 라부부 키링을 단 모습이 포착되자마자 전 세계 매장에서는 ‘오픈런’ 사태가 벌어졌다. 이어 제니 역시 라부부 사랑을 인증했고, 태국의 인기 배우 빌킨(Billkin), 말레이시아의 유명 셀럽들까지 가세하며 라부부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힙스터의 필수템’으로 등극했다.

이재용 회장의 구매는 이러한 글로벌 열풍이 정·재계 고위 인사에게까지 닿았음을 보여주는 ‘확인 도장’과도 같았다.


단순한 인형 놀이 넘어 투자자산으로

 

라부부 열풍의 가장 드라마틱한 지점은 이것이 단순한 인형 놀이를 넘어 하나의 ‘투자자산(토이테크)’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팝마트는 시즌별로 한정판을 출시하고, 박스 속에서 극악의 확률로 나오는 ‘시크릿 에디션’을 숨겨두어 팬들의 수집 욕구와 희소성을 극대화했다. “지금 아니면 못 구한다.”라는 심리는 팬덤의 충성도를 높였고, 이는 곧 리셀 시장의 폭발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25년 베이징 경매 시장, 전 세계 수집가들을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카싱 룽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극초기 라부부 한정판 오리지널 모델이 경매에 나온 것이다. 치열한 경쟁 끝에 낙찰된 가격은 무려 2억 3000만 원(약 120만 위안).

손바닥만 한 인형 하나가 웬만한 외제 차, 아니 지방 아파트 한 채 값에 팔린 이 사건은 라부부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라 ‘현대 예술품’의 반열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다시 베이징 징둥 몰로 돌아가 보자. 이재용 회장이 수많은 물건 중 하필 라부부를 집어 든 것은 우연이었을까?

어쩌면 그는 뾰족한 이빨을 가진 작은 요정에게서 국경을 초월해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수억 원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소프트 파워’와 ‘팬덤 비즈니스’의 정수를 본 것일지도 모른다.

2억 3천만 원짜리 전설을 품은 이 ‘못난이 인형’의 질주는 당분간 멈추지 않아 보인다. 당신의 가방에 달린 작은 라부부 키링이, 언젠가 거대한 행운이 되어 돌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중국 베이징 쇼핑몰에서 목격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중국 베이징 쇼핑몰에서 목격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웨이보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트로트 굿즈도 '우리만의 잔치' 벗어나야

 

이번 라부부인형의 인기를 거울삼아 향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트로트 업계도 글로벌 기준에 맞는 신박한 굿즈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팬덤 색의 점퍼나 모자 등 단순한 굿즈로는 외연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베이징에서 ‘라부부(Labubu)’ 인형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쇼핑 그 이상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트로트 업계도 ‘우리만의 잔치’를 넘어 글로벌 표준(Global Standard)에 맞는 ‘굿즈 2.0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팬덤 색 점퍼와 모자에 머물러 있는 트로트 굿즈, 어떻게 변해야 세계시장을 홀릴 수 있을까? 라부부 사례를 통해 본 ‘트로트 굿즈 글로벌 필승 전략’을 살펴보았다.

  

'색깔 맞춤'을 넘어 '독자적 IP'로 승부하라

 

지금까지 트로트 굿즈의 핵심은 ‘통일감’이었다. 특정 색상의 점퍼와 모자를 맞춰 입고 결속력을 다지는 방식, 하지만 이는 외부인이 진입하기엔 장벽이 높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칫 ‘유니폼’으로만 비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라부부는 작가 카싱 룽의 세계관 속 요정이라는 독자적인 스토리(IP) 가 내재되어 있다. 가수의 얼굴이 없어도 캐릭터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트로트 굿즈도 가수의 특징(웃음소리, 시그니처 포즈, 별명)을 형상화한 ‘아트 토이 캐릭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영웅 팬이라서 사는 인형”이 아니라, “인형 자체가 너무 힙해서 샀는데 알고 보니 임영웅 캐릭터네?”라는 식의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사진=라부부 공식사이트 '팝마트'제공 

 '팬심'에 '수집욕'을 더하는 랜덤 마케팅의 마법

 

라부부가 글로벌 대란을 일으킨 일등 공신은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블라인드 박스(랜덤 박스’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구매를 넘어 팬들끼리 교환하고 소통하게 만드는 ‘놀이 문화’를 형성한다.

1% 미만의 확률로 등장하는 라부부의 ‘시크릿 에디션’은 팬덤의 충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를 응용해서 트로트 굿즈도 앨범에 들어가는 포토 카드를 넘어, 캐릭터 피규어의 랜덤 박스 화 등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가수의 역대급 무대 의상을 입은 12종의 피규어와 1종의 ‘황금 시크릿 피규어’가 담긴 랜덤 박스는 글로벌 MZ세대와 시니어 팬덤 모두의 도파민을 자극할 것이다.


사진=라부부 공식사이트 '팝마트'제공 

 

 '굿즈'를 넘어 '에셋(자산)'으로 격상하라

 

베이징 경매에서 2억 3천만 원에 낙찰된 라부부 사례는 굿즈가 더 소모품이 아니라 재테크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라부부는 유명 작가와의 협업, 한정판 번호 부여 등을 통해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창출했다.

트로트 굿즈에서도 이를 응용하여 글로벌 명품 브랜드 혹은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도입해볼 만하다. 예를 들어 ‘무라카미 다카시가 디자인한 트롯 스타 인형’ 혹은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 액세서리를 착용한 피규어’ 등은 경매 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는 ‘예술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셀럽 마케팅의 글로벌 확장

 

블랙핑크 리사가 라부부를 가방에 다는 순간 태국 경제가 들썩였다. 트로트 스타들 역시 이제는 국내 무대를 넘어 글로벌 셀럽들과의 접점을 넓혀야 할 시점이다.

K-트로트 스타들이 해외 공연 시 현지의 핫한 캐릭터나 브랜드와 결합한 ‘글로벌 에디션 굿즈’를 선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이재용 회장이 중국에서 라부부를 산 것처럼, 해외의 거물급 인사나 인플루언서들이 가방에 달고 싶어 할 만큼 ‘힙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필수적이다. 라부부 사례에서 확인한 것처럼 노력한 만큼 대가는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컬러 점퍼 벗고 캐릭터를 입자"

 

이재용 회장의 라부부 쇼핑백 속에는 ‘콘텐츠의 힘’이 담겨 있다.

이제 트로트 업계도 단순히 팬덤의 화력을 확인하는 수준의 초기적인 굿즈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 세계인이 탐내고, 경매 시장에서 수억 원에 거래되며, 글로벌 스타들의 가방 위에서 춤추는 ‘K-트롯 아트 토이’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점퍼 색으로 하나 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전 세계가 우리 가수의 캐릭터를 수집하게 만드는 ‘굿즈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정립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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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창민

최강창민 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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