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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전투식량으로 탄생한 ‘단팥빵’ : 메이지 유신 이후 생계를 위해 제빵사가 된 전직 사무라이가 만든 빵

배성식 기자 ssbae100@naver.com

등록 2026-02-26 09:25

기존 서양 빵에 술의 누룩으로 발효(주종 반죽)하고 팥을 소로 넣어 탄생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빵으로, 전투식량으로 탄생한 단팥빵

군산을 대표하는 빵집 ‘이성당’의 탄생 배경

한국에서도 가장 사랑받고 있는 국민빵

 군산 '이성당'의 시그니처 '단팥빵'


1592년 시작된 임진왜란은 7년에 걸친 전쟁 끝에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의 몰락을 재촉했다. 이후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오늘날 도쿄)에 막부를 열며 전국 시대를 종결했고, 일본은 약 260년 간 에도막부 체제 아래 놓이게 된다. 천황을 상징적 존재로 두고 쇼군이 실권을 행사한 무신정권의 시대였다.

 

1868년,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봉건 사회에서 근대 국가로의 대 전환을 맞는다. ‘유신’은 곧 개혁을 뜻하며, 메이지 천황을 중심으로 정치·사회·경제 전반을 재편한 대대적인 근대화 운동이었다. 이 변화는 일본을 산업 국가로 도약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서구 문물이 급속히 유입되면서 유럽식 빵도 일본에 전해졌다. 

그러나 쌀밥을 주식으로 하던 일본인들에게 빵은 한동안 ‘식사’가 아닌 ‘간식’에 가까운 존재였다.

 

19세기 후반, 막부 체제에 대한 불만은 무사 계층 내부에서 점차 고조되었고, 마침내 1877년 사무라이와 메이지 정부 관군 사이에 ‘세이난 전쟁’이 벌어진다. 일본의 마지막 내전이라 불리는 이 전쟁은 관군의 승리로 끝났는데, 그 배경에는 의외로 ‘단팥빵’이 있었다.

근대 전에서 병사들이 전투 중 불을 피워 밥을 지으면 위치가 노출될 위험이 컸다. 주먹밥은 부피가 크고, 여름에는 쉽게 상하며, 겨울에는 얼어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막부 시기부터 군용 식량으로 빵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초기의 바게트처럼 딱딱한 빵은 일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한 인물이 요코하마 출신의 하급 무사, 기무라 야스베였다. 그는 메이지유신 이후 직업을 잃고 직업훈련소 사무원으로 일하던 중, 중국식 찐빵에서 힌트를 얻는다. 서양식 효모 대신 술 누룩을 사용해 발효시키고, 설탕을 늘려 단맛을 더했다. 1874년에는 달콤한 반죽 속에 단팥을 넣어 오븐에 구운 새로운 형태의 빵을 완성했다. 이것이 바로 ‘단팥빵’이다.

 

 도쿄 긴자 '기무라야'의 시그니처 단팥빵 / 사진 = 기무라야


기무라는 도쿄 긴자에 자신의 이름을 건 ‘기무라야’를 열었고, 하루 판매량이 1만 5천 개에 이를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1875년에는 궁 내에 진상되었고, 천황이 그 맛을 높이 평가했다. 1884년부터는 중앙을 눌러 소금에 절인 벚꽃 잎을 얹어 황실 납품용과 시판용을 구분했는데, 오늘날 단팥빵 가운데가 오목한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긴자 기무라야 본점과 단팥빵

 

세이난 전쟁 당시 관군은 기무라야를 포함한 세 곳의 제과점에 약 142톤의 빵을 주문했다. 폭우 속에서 반군 사무라이들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한 반면, 관군은 휴대가 간편하고 비교적 보존성이 좋은 단팥빵을 전투식량으로 활용했다. 단팥빵은 일본이 도입한 초기 근대적 전투식량 가운데 하나로, 전쟁 속에서 그 실용성을 입증했다.


참고로 '세이난 전쟁'은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로도 잘 알려졌다.

 

 세이난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한편, 단팥빵은 바다를 건너 한반도에도 자리 잡았다. 

일제강점기 군산에 정착한 일본인 ‘히로세 야스타’로는 1920년대 일본에서 유행하던 단팥빵 제조기술을 들여와 ‘이즈모야’라는 과자점을 열었다. 해방 이후 이 가게는 ‘이씨 성’을 가진 한국인에게 인수되었고, 오늘날 군산을 대표하는 빵집 ‘이성당’으로 이어진다.

 

 군산 '이성당'


단팥빵 위에 참깨를 올리는 이유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속에 들어 있는 팥의 종류를 구분하기 위한 일종의 표시에서 비롯되었는데, 단팥빵에 쓰이는 팥은 크게 두 가지이다.

알맹이가 살아 있어 씹는 맛이 느껴지는 통단팥, 그리고 팥을 삶아 체에 걸러 껍질을 제거하고 곱게 만든 부드러운 단팥 앙금이다. 겉 모습만으로는 어떤 팥이 들어 있는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에, 제빵점에서는 빵 위에 서로 다른 토핑을 올려 구분했다.

보통 고운 앙금을 넣은 단팥빵에는 참깨를 뿌리고, 통단팥을 넣은 빵에는 겨자씨를 올리거나 아무 표시를 하지 않았는데, 소비자가 한눈에 내용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작은 배려였다. 

오늘날에도 브랜드와 매장에 따라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참깨가 올려진 단팥빵이 부드러운 앙금을 의미하는 전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 탄생한 단팥빵(餡パン, Anpan)은 소보로빵, 크림빵과 함께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대표적인 제과 메뉴가 되었다. 한 시대의 전쟁과 개혁, 그리고 생활의 변화 속에서 태어난 빵이 동아시아의 식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린 셈이다.



배성식 / 여행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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