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연소 단독 콘서트·정규앨범 기록… 트로트 신동 김태연의 ‘쇼타임’은 이제 시작입니다

박강민 기자

등록 2025-12-09 11:02

10살 때 미국 카네기홀 최연소 공연…“큰 무대에만 서면 신나요.”

전국콘서트 첫 대전공연 매진 “이번 공연선 색다른 모습 보여줄 것”

“국내 무대만 서기는 아까워, 해외 진출하고 싶어요.” 당찬 포부도

□ 최연소 '전국콘서트' 김태연 인터뷰 



2021년 겨울 TV조선 ‘미스트롯2’ 무대 위. 9살 어린 소녀가 자신의 몸집보다 큰 에너지를 뿜어내며 “범 내려온다”를 열창하자 대한민국 트로트계는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쟁쟁한 성인 참가자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는 눈빛, 국악으로 다져진 탄탄한 발성, 그리고 가슴을 후벼 파는 허스키한 보이스. ‘국악 신동’ 김태연이 ‘트로트 신동’으로, 그리고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아기 호랑이’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사진 = 라디오스타 mbc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앳된 얼굴에는 어느새 소녀의 성숙함이 보이고 무대를 뛰어다니던 작은 아이는 이제 전국투어를 이끄는 어엿한 뮤지션으로 성장해 있었다. 

중학생이 된 김태연(14)은 이제 누군가의 경쟁자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로 우뚝 섰다. 

 

국내 유일의 트로트 종합미디어 트롯뉴스(www.trotnews.co.kr)는 전국투어 콘서트 ‘쇼타임(Show Time)’ 준비로 분주한 김태연과 그녀의 가장 든든한 매니저이자 어머니 김애란 씨를 만나 열네 살 아티스트가 그리는 음악적 비전과 성장통, 그리고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무대가 작으면 재미없잖아요"… 타고난 '광대'의 본능

 

김태연에게 ‘최연소’라는 수식어는 이제 훈장과도 같다. 

2018년 광주예총 한국 종합예술경연대회 금상, 미국 카네기홀 최연소 공연, ‘미스트롯’ 최연소 4위 입상. 그리고 이제는 ‘최연소 단독 콘서트’와 ‘최연소 정규앨범 발매’라는 기록까지 써 내려가고 있다.

그녀는 오는 13일 대전공연을 시작으로 청주, 대구, 전주, 성남 등을 순회하는 전국투어 콘서트 ‘쇼타임’을 앞두고 있다. 1,100석 규모의 대전공연은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불황이라 불리는 공연 시장에서도 김태연의 티켓 파워는 건재함을 과시한 셈이다.

 

김태연 전국투어 포스터

 

김태연은 콘서트 이야기가 나오자 눈이 반짝였다. 

“지난 8월 콘서트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됐어요. 제가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과 반전 매력을 준비했거든요. 저는 무대가 작으면 왠지 모르게 재미가 없더라고요. 큰 무대에 서야 더 신나고 즐길 수 있어요.”

14살 소녀가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을 홀로 끌고 간다는 것은 기성 가수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노래는 기본, 춤과 토크, 관객과의 호흡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어머니 김애란 씨는 태연이를 ‘타고난 광대’라고 표현했다.

“노래만 잘하는 사람은 많아요. 하지만 태연이는 무대 위에서 관객을 웃겼다가 울렸다가 감동을 줬다가 흥을 돋우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이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라며 아쉬워하시죠. 12살 때 건국대학교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했을 때보다, 14살인 지금은 감성적으로 훨씬 성숙해졌기 때문에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신곡도 최초로 공개된다. 

무지개를 뜻하는 ‘빨주노초파남보(작곡 남기연, 작사 한시윤)’와 ‘초연(작곡 황종열, 작사 한시윤)’이 그 주인공이다. 

기존의 국악 풍 트로트를 넘어 발라드 성인가요와 댄스 트로트까지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김태연 종합선물세트’가 펼쳐질 예정이다.

 

 

두 개의 소리길, 국악과 트로트 사이에서

 

현재 국악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태연에게 국악은 본인 음악의 뿌리이자 때로는 넘어야 할 산이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태교 때부터 국악을 접했고 말보다 소리를 먼저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녀다. 하지만 국악의 발성과 트로트의 창법은 엄연히 다르다. 두 장르를 병행하는 고충은 어린 아티스트에게 남모를 고민을 안겨주었다.

“지장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판소리와 트로트는 쓰는 근육부터 달라요. 판소리를 하다가 트로트를 부르면 소리가 무겁고, 트로트를 하다가 판소리로 돌아가면 목이 자리를 못 잡아서 헤맬 때가 있어요. 트로트를 부를 때는 국악 특유의 묵직한 ‘끼’를 좀 빼야 하는데, 그게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반대로 국악을 했기 때문에 트로트의 기교나 ‘꺾기’는 남들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장점도 분명히 있어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허스키 보이스’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타고난 천성이다. “아기 때 옹알이할 때부터 목소리가 허스키했어요.” 어머니의 회상이다. 

그 거친 듯 깊은 목소리는 국악의 한(恨)과 트로트의 정(情)을 동시에 표현해내는 최고의 무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아직 이별도, 사랑도 모를 나이에 어떻게 그토록 절절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걸까. 김태연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명쾌했다. 

“연습할 때 가사 속 주인공을 정해요. 이별 노래라면 그 대상을 ‘엄마’라고 설정하는 거죠. 엄마랑 헤어지는 상상을 하면서 감정을 잡으면 무대 위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그 감정에만 몰입하게 돼요.” 그녀의 노래가 전 세대의 심금을 울리는 비결은 바로 이 순수한 몰입력에 있었다.

 

 

열네 살의 진심을 담다, 정규 1집 '설레임'

 

지난 7월 발매된 정규 1집 ‘설레임’은 김태연의 성장 서사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다. 

싱글 앨범 위주로 돌아가는 트로트시장에서 소속사도 없이 어머니와 단둘이 정규앨범을 제작한다는 것은 모험에 가까웠다. 하지만 김태연은 앨범 디자인부터 선곡까지 직접 참여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욕심을 드러냈다.

 

김태연 정규 1집 '설레임'

 

특히 수록곡 ‘가시별’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숨겨져 있다. 이 곡은 김태연이 국악을 사사했던 스승, 고 박정아 명창에게 바치는 헌정 곡이다. 어머니 김애란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생님께서 병환으로 누워 계실 때였어요. 그 호랑이 같던 분이 야위어가는 모습을 보며 제가 쓴 글이 있었는데 그걸 바탕으로 가사를 썼습니다. 송가인 씨의 ‘월하가약’을 쓴 권노해만 작곡가님이 곡을 붙여주셨죠. 태연이에게는 스승님을 향한 그리움과 존경이 고스란히 담긴 곡이라 부를 때마다 감정이 남다릅니다.”

 

소속사의 시스템 없이 모녀가 발로 뛰면서 만든 앨범이었기에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김태연은 그 과정조차 배움으로 받아들였다. 

“디자인 같은 부분은 어른들의 의견을 따르느라 제 생각이 100% 반영되진 않았어요. 하지만 다음 앨범부터는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음악, 제가 보여주고 싶은 색깔을 온전히 담아내고 싶어요. 작사, 작곡도 틈틈이 해보고 있고요. 멜로디가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거든요.”

 

 

교복 입은 김태연, "수학은 어렵고 승마가 좋아요."

 

무대 조명이 꺼지면 김태연은 영락없는 중학생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녀의 학교생활은 또래들과는 조금 다르다. 빡빡한 스케줄 탓에 일주일에 3일 정도밖에 등교하지 못하는 현실. 

그런데도 오후 스케줄이면 조퇴를 하더라도 학교에 가서 공부하며 친구들과 어울리려 노력한다.

 

“처음엔 친구들이 신기해했는데 제가 먼저 다가가서 장난도 치고 하니까 지금은 그냥 편한 친구예요. 성적요? 영어는 꽤 자신 있는데, 수학은…. (웃음) 학교에 자주 못 가니까 진도를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친구들은 저만큼 앞서가 있는데 저는 뒤에서 혼자 복습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학교에서 배우는 무용이나 장구 수업은 정말 재밌어요.”

 

사진 = 아시아뉴스전북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여느 10대와는 사뭇 다르다. 

그녀가 꽂힌 취미는 바로 ‘승마’다. “저는 뭐 하나에 꽂히면 장비부터 갖춰야 하는 스타일이에요. 승마를 좋아해서 용품을 사고 싶은데, 엄마는 ‘그만 좀 사라’고 하시죠. (웃음) 용돈 받으면 먹는 거 아니면 운동용품 사는 데 다 써요. 스트레스받을 땐 승마장 가서 말 타고, 아니면 비 오는 날 창밖 보면서 멍 때리는 걸 좋아해요. 해 쨍쨍한 날보다 비 오는 날이 더 감성적이고 좋거든요.”

 

어머니 김애란 씨와의 관계는 ‘매니저와 아티스트’이자, ‘잔소리꾼 엄마와 사춘기 딸’ 그 사이다. 스케줄 관리부터 의상, 컨디션 케어까지 도맡아 하는 어머니지만 딸의 눈에는 그저 잔소리 많은 엄마일 때도 있다. 

“엄마랑 성격이 정반대예요. 엄마는 집순이신데 저는 밖으로 나가 노는 걸 좋아하거든요. 의견 충돌도 있지만,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걸 가장 잘 아는 분이 엄마라는 걸 알아요.”

 

어머니는 매니저이자 음악적 동반자이다

  

 "한계는 없다."… 국악, 트로트를 넘어 세계로

 

인터뷰 말미, 김태연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었다. 

롤 모델로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를 꼽으면서도 활동 반경만큼은 제한을 두고 싶지 않다고 당차게 말했다.

“어릴 때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어요. 그때 한 외국인 오빠가 제 노래를 듣고 멋있다며 사진을 찍자고 했던 게 기억나요. 저는 해외 진출을 꼭 하고 싶어요. 영어랑 일본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김태연의 롤모델 이미자선생님과 함께 


그녀는 스스로를 ‘트로트 가수’라는 틀에 가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록(Rock)도 해보고 싶고, 정통 발라드도 제대로 불러보고 싶어요. 하나만 하기엔 제 안에 있는 에너지가 너무 아깝잖아요. 이번 콘서트에서도 팝송,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보여드릴 거예요. 사람들이 ‘쟤는 트로트만 하는 애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어요.”

 

자신의 별명인 ‘아기 호랑이’에 대해서도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어떤 분들은 이제 좀 컸으니 다른 별명이 필요하지 않냐고 하시는데 저는 ‘아기 호랑이’라는 별명이 너무 좋아요. 호랑이가 주는 기운이 있잖아요. ‘범 내려온다’부터 시작해서 최근 ‘케데헌’에서도 호랑이가 나오고 ‘2025 마마 어워즈’ 시상식의 콘셉트도 'UH-HEUNG(어-흥)'으로 하는 등 호랑이가 대세기도 하고요. (웃음) 더 멋진 별명이 생기기 전까진 무대를 집어삼키는 호랑이로 남고 싶어요.”

 

“재미가 있으면 독기가 오른다.”라는 김태연, 억지로 시켜서 하는 노래가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서 무대에 오를 때 비로소 ‘김태연다운’ 폭발력이 나온다는 것을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12살에 최연소 단독 콘서트를 열고, 14살에 전국투어를 이끄는 당당한 가수. 

국악의 깊은 뿌리 위에 트로트의 꽃을 피우고, 이제는 세계라는 더 넓은 숲으로 가지를 뻗으려 하는 김태연. 그녀의 ‘쇼타임’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거대한 포효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울려 퍼질 날을 기대해 본다.

 

김태연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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