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조용필 3집 수록곡
이산가족의 아픔과 변치 않는 사랑을 노래
조용필 3집
민들레는 뿌리가 깊게 박혀 있어 밟아도 죽지 않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예쁜 꽃을 피운다. 보통 3월~5월에는 노란 꽃을 피우고, 5~6월에는 꽃잎이 지고 솜털 같은 씨앗(홀씨)으로 변신하고, 그 이후로는 홀씨까지 날아가고 줄기만 남는다.
일부 종은 비닐로 싸 놓아도 그 속에서도 씨앗을 맺고 꽃을 피울 수 있을 정도로 번식 능력이 매우 강하다. 잎과 뿌리에는 간 건강에 좋은 실리마린 등 다양하고 유익한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도 되어 있다.
민들레의 대표 꽃말은 ‘행복’과 ‘감사’이며, 노란 민들레는 ‘행복’, 흰 민들레는 ‘내 사랑 그대에게 드립니다’이다. 꽃이 피었을 땐 희망과 사랑의 상징, 홀씨가 되어 날아갈 땐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나 기다림을 의미한다.
민들레 꽃과 홀씨
‘조용필’은 1981년 3집에 ‘일편단심 민들레야’를 노래로 실어 발표했다.
한국전쟁 때 납북된 남편의 귀환을 기다리며 30여 년을 홀로 살아온 당시 72세의 이주현 씨가 남편을 그리워하며 쓴 자전적 이야기를 신문에 투고했는데 이를 본 ‘조용필’이 이 시를 바탕으로 만든 곡으로, 이산가족의 아픔과 변치 않는 사랑을 민들레에 빗대어 노래했다.
이주현 씨는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19살 때 김동섭(수남 선생)과 결혼했으나, 한국전쟁으로 동아일보 중역이었던 남편은 북괴군에 의해 납북되었고, 그녀는 40살에 생이별을 맛보게 된다. 홀몸으로 3남매를 키우면서 잡화행상, 노점 좌판으로 생계를 이어갔고,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는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웠고, 평생 모은 돈을 남편이 다닌 ‘동아일보’에 기부하면서 남편의 이름을 딴 ‘수남 장학금’을 만들었다.
마침내 한 많은 그녀의 인생 역경을 자서전으로 엮어 ‘일편단심 민들레야’를 내었고, 그 자서전을 접한 조용필은 애절한 사연에 감동해 즉석에서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게 된다.
이주현 씨 자서전 및 부부 사진
1981년 4월 28일 신문에 실린 기사 ‘햇빛 본 할머니의 꿈’은 ‘이주현’ 여사의 ‘일편단심’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수남! 이렇게 불러볼 날도 이제 오래지 않겠지요. 어언 접어든 내 나이가 고희를 넘겼으니 살아갈 날이 얼마나 되리까. 당신을 잃은 지도 30년 성상, 밟혀도 밟혀도 고개를 쳐드는 민들레같이 살아온 세월, 몇 번씩이나 지치고 힘에 부쳐 쓰러질 듯하면서도 그때마다 당신을 생각하며 이겨왔어요.”
사진 = 1981년 4월 28일 경향신문
이 여사는 1년여에 걸쳐 집필한 원고 1천 여장 분량의 ‘일편단심 민들레야’의 첫머리에 납북 후 생사를 알 길 없는 남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이렇게 적고 있다.
“내가 아무리 끈질긴 생명력의 민들레라 해도 일편단심 붉은 정열이 내게 없었다면 어린 자식들을 못 키웠을 것이고, 지아비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의 情(정)이 없었다면 붓을 들 용기도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내용을 축약하고 다듬어 쓴 노랫말 가사는
님 주신 밤에 씨 뿌렸네 사랑의 물로 꽃을 피웠네
처음 만나 맺은 마음 일편단심 민들레야
그 여름 어인 광풍 그 여름 어인 광풍 낙엽 지듯 가시었나
행복했던 장미 인생 비바람에 꺾이니 나는 한 떨기 슬픈 민들레야
긴 세월 하루같이 하늘만 쳐다보니 그이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들을까
일편단심 민들레는 일편단심 민들레는 떠나지 않으리라
노랫말 중 ‘그 여름 어인 광풍’은 1950년 청천벽력 같은 한국전쟁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낙엽 지듯 가시었나’는 그해 가을 납북된 남편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하늘만 바라보는 것’은 이북에 끌려간 후 소식 없는 남편을 생각하며 그리워함이고,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그 목소리’는 남편이 떠나면서 “걱정하지 마! 잘 다녀올게”라고 말했던 그 목소리였다.
조용필 3집 LP판
조용필은 1981년 4월 24일 이주연 여사를 레코딩 녹음 현장(지구 레코드 스튜디오)에 초대했고, 이 여사의 한 많은 사연이 조용필 특유의 절규에 가까운 열창으로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울려 펴졌다.
특히, “나는 한떨기 슬픈 민들레야. 긴 세월을 하루같이 하늘만 쳐다보니 그이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들을까” 하는 대목에서 이 씨의 주름 잡힌 노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고 스튜디오에 있었던 모든 사람도 눈을 감고 싶을 만큼 숙연해졌다고 한다.
양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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