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살 꼬마와의 운명적 만남... 태연이 키다리아저씨 노릇은 멈출 수 없을 것 같아요"

박강민 기자

등록 2025-12-19 10:34

"눈빛만 봐도 태연이 원하는 것 알아... 힘들지만 포기는 생각도 못 해"

"가수보다 먼저 올바른 사람이 돼야 한다." 라는 철학으로 인성교육 도와

"태연 양의 노래를 들으면 치유되는 것 같다." 암투명 중인 팬들도 많아

□ 김태연 팬클럽 ‘태연천하’ 강정일 회장

 

사진 제공 = 팬카페 '태연천하' 제공

대한민국 트로트계는 바야흐로 ‘팬덤의 시대’다.

팬덤의 규모가 곧 인기의 척도가 되고, 공연장마다 상징색을 입은 팬들이 물결을 이룬다. 

하지만 수많은 팬클럽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다. 바로 가수 김태연의 팬클럽 ‘태연천하’(https://cafe.naver.com/gugakprodigy)다. 기획사도 없던 무명시절, 오직 한 아이의 천재성에 반해 모인 사람들이 이제는 1만 명의 결사대가 되어 ‘김태연’이라는 이름을 지키고 있다.

대한민국 트로트 열풍의 한복판에서 가장 뜨거운 화력을 자랑하는 팬클럽 ‘태연천하’의 중심에는 강정일 회장이 있다. 그가 본업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대상은 단 하나, ‘아기 호랑이’ 김태연이다.

 

국내 최초 트로트 종합 미디어 ‘트롯뉴스(www.trotnews.co.kr)’가 ‘태연천하’의 중심이자, 김태연의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는 강정일 회장을 만나 그 뜨거운 여정을 들어 보았다.

 

6살 꼬마 ‘국악 천재’ 와의 운명적 만남

 

강정일 회장은 제약 및 미용 제품 수출 기업의 대표이자, 한의대를 나와 대학에서 강의하는 대체의학 박사다. 남부러울 것 없는 본업을 가진 그가 트로트 가수의 팬클럽 회장으로 살아가게 된 것은 7년 전, 고향 전북 부안에서 마주친 한 소녀 때문이었다.


사진 = 김태연 팬클럽 '태연천하' 강정일 회장

“태연이 아버지가 제 고향 2년 선배입니다. 6살 태연이를 처음 봤을 때가 아직도 선명해요. 바가지 머리에 개량 한복을 입고 고무신을 신은 꼬맹이가 나왔는데, 목소리는 쉰 목소리처럼 걸걸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창(唱)이 남산 한옥마을을 쩌렁쩌렁하게 울렸습니다. 그 순간 전율이 쫙 돋았죠. ‘저 아이는 진짜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당시 태연 양의 가정은 부친의 사업 부도로 덤프트럭 17대가 멈춰 설 만큼 어려운 시기였다. 강 회장은 이 천재적인 재능이 집안의 어려움으로 꺾이지 않도록 고향 선배들과 함께 ‘후원회’를 조직했다. 그것이 오늘날 ‘태연천하’의 뿌리가 되었다.


날것 그대로의 도전 ‘미스트롯’의 기적

 

김태연이 대중의 스타로 떠오른 ‘미스트롯’ 출연 당시, 경쟁자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기획사를 통해 준비해서 출전했지만, 김태연에겐 흔한 매니지먼트사조차 없었다.

“방송사 작가의 전화를 받고 태연 엄마와 태연이를 데리고 ‘경험이나 시켜보자’라며 무작정 상경했습니다. 의상을 사야 하는지, 메이크업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죠. 그런데 1라운드, 2라운드를 거치며 태연이가 무섭게 변하더라고요. ‘얘 사고 치겠네’ 싶더니 결국 최연소 4위라는 기적을 썼습니다.”

팬카페 역시 소박하게 시작됐다. 인천 소래포구에서 모인 고향 선배 14명이 만든 ‘밴드’가 시초였다. 기획사가 만든 조직이 아니라, 순수하게 “우리 고향의 귀한 인재를 지켜주자”라는 마음으로 뭉친 14명의 특공대가 입소문을 내며 30명, 100명, 그리고 이제는 1만 명의 거대 조직으로 성장한 것이다. 

 

암 환자들의 치유제가 된 희망의 노래

 

강 회장은 인터뷰 중 태연 양의 팬들 중 유독 ‘암 환자’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항암 치료 중이거나 투병 중인분들이 백여 분 계십니다. 그분들이 말씀하세요. 병상에 누워 태연이 노래를 들으면 세포가 살아나는 기분이고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고요. 절망적인 상황에서 태연이의 목소리가 유일한 희망이 된 겁니다. 수술을 마치고 몸조차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도 행사장에 나와 목 터지라 응원하시는 분들을 보면 제가 더 큰 감동을 받습니다.”

이런 열정 덕분에 ‘태연천하’는 팬덤 사이에서 ‘광기 어린 특공대’로 불린다. 

대형 팬클럽과의 자리싸움에서도 새벽 5시부터 현장을 선점하는 조직력, 직장에서 해고당하면서도 태연이의 버스를 운전하는 재능 기부자들. 이 모든 에너지는 무대 위에서 탈진할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붓는 김태연의 열정에서 비롯된다.


사진 제공 = 팬카페 '태연천하' 제공 스태프들조차 울게 만드는 전율의 무대

 

최근 김태연의 전국 투어 콘서트 현장에서는 믿기 힘든 광경이 벌어졌다. 수많은 스타의 공연을 지켜보며 감정이 무뎌졌을 법한 베테랑 스태프들이 눈물을 훔친 것이다.

“대전 콘서트에서 태연이가 ‘어매’라는 노래를 불렀어요. 도입부가 시작되는데 현장의 공기가 순식간에 바뀌더군요. 저는 늘 태연이 공연을 객석에 앉아 편히 보지 못합니다. 행여 실수라도 할까 걱정하면서 늘 무대 뒤에서 서성거리며 지켜보죠. 그런데 제 옆에 있던 카메라 감독님, 기자님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강 회장은 김태연의 노래는 단순한 가창력을 넘어 인간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는 ‘영혼의 울림’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수천 번의 콘서트를 경험했을 스태프들이 울 정도라면, 이건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7년을 곁에서 지켜본 저조차도 태연이의 무대를 볼 때마다 ‘어떻게 저런 감정이 나올 수 있을까?’ 싶어 매번 충격을 받습니다.”


‘태연버스’ 운전하다 직장까지 잃은 ‘태연 바라기’

 

강 회장은 자신뿐만 아니라 ‘태연천하’의 회원들 모두가 일종의 ‘마력’에 걸려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태연이에겐 묘한 마력이 있어요. 사석에서 밥 한 끼 먹고 태연이의 성품을 알게 되면 누구든 ‘태연 바라기’가 됩니다. 우리 카페에는 태연이 응원하러 다니다가 직장에서 두 번이나 잘린 버스 기사님도 계십니다. 그런데도 그분은 태연이 버스를 몰고 전국을 누비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하세요. 재능 기부를 하면서도 본인이 더 즐거워하시죠.”

이런 열정적인 ‘머슴’들이 모여 ‘태연천하’는 그 어떤 대형 팬덤보다 단단한 결속력을 자랑하게 되었다. 타 팬덤에서는 부러움 섞인 목소리로 “태연천하는 건드리면 터진다.”라고 할 정도로 체계와 열정이 독보적이다. 

새벽 5시부터 현장에 나가 자리를 잡고, 가수가 무대에서 내려와 탈진할 때까지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의 모습은 흡사 광기 어린 특공대를 방불케 한다.


사진 제공 = 팬카페 '태연천하' 제공 인성이 곧 예술의 뿌리라는 믿음

 

강 회장과 태연 양의 어머니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연예인 병’이다. 태연 양의 어머니는 아무리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딸의 인성교육을 멈추지 않는다.

“태연이 엄마는 예의 없는 꼴을 절대로 못 봅니다.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인성이 나쁘면 연예인 수명은 끝이라고 생각하죠. 매니저 실장님이 피곤해 보이면 ‘우리가 조금 더 힘들면 된다’라며 택시를 잡아타고 가는 분들입니다.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태연이가 어떻게 어긋나겠습니까. 무대 밖에서의 태연이는 여전히 순수하고, 배우겠다는 열정이 많은 아이입니다.”

강 회장은 이런 태연 양에게 경제와 시사를 가르치며 ‘세상을 읽는 눈’을 길러주고 있다. 금리 인상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질문하는 중학생 가수의 모습 뒤에는, 아이가 지적으로도 풍요로운 성인이 되길 바라는 강 회장의 세심한 배려가 숨어 있다.

 

단순한 팬심을 넘어 ‘가족의 책임감’

 

팬클럽을 운영하다 보면 수많은 우여곡절이 생기기 마련이다. 때로는 팬들 사이의 갈등으로, 때로는 체력적인 한계로 고비가 찾아온다. 하지만 강 회장은 단 한 번도 ‘그만두겠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선 ‘가족의 책임감’이기 때문이다.

“일반 회원들은 가수가 좋다가도 실망하면 떠날 수 있습니다. ‘나 안 해, 나 못해’라고 말하기가 쉽죠.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저는 태연이를 6살 때 처음 봤습니다. 바가지 머리에 고무신을 신고 있던 그 코흘리개 꼬맹이가 연습실이 없어 지하 주차장 카니발 차 안에서 핸드폰 반주를 틀어놓고 목이 터지라 연습하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사진 제공 = 팬카페 '태연천하' 제공

강 회장은 태연 양이 겪어온 가난과 설움, 그리고 그 모든 역경을 오로지 실력 하나로 뚫고 올라온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산증인이다.

“지켜본 세월이 7년입니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태연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압니다. 내가 힘들다고 손을 놓아버리면, 그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아이의 꿈이 흔들릴까 봐 겁이 납니다. 팬카페 조직을 이끄는 게 왜 힘들지 않겠습니까. 별의별 일이 다 있고 밤잠 설칠 때도 많지만, 저는 ‘못 한다’라는 말을 절대 입에 올리지 않습니다. 태연이가 자라는 모든 과정이 제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치유하는 목소리를 위하여

 

강정일 회장의 꿈은 소박하면서도 장대하다. 태연 양이 전공인 국악을 바탕으로 한국의 소리를 세계에 알리는 거장이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기부도 많이 했습니다. 지체 장애인 협회나 고향 부안에 출연료를 쾌척하며 나눔을 가르쳤죠. 때로는 그 진심이 이용당해 상처받기도 했지만, 태연이는 그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졌습니다. 암 환자들이 태연이 노래로 희망을 얻듯,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태연이의 목소리로 치유받기를 바랍니다.”

 

강 회장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누군가는 저를 보고 미쳤다고 할지 모르지만, 저는 태연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이 삶이 가장 보람찹니다.” 그의 헌신이 있는 한, 김태연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사진 제공 = 팬카페 '태연천하' 제공

[에필로그]

강정일 회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공보다 태연 양의 노력과 어머니의 헌신, 그리고 이름 없는 팬들의 재능 기부를 강조했다. 특히 연습실이 없어 카니발 차 안에서 연습하던 태연이를 위해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방음 연습실을 만들어준 대목에서는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아티스트와 팬이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이 아름다운 동행은 대한민국 팬덤 문화의 진정한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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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민

박강민

기자

이윤희

이윤희 6시간 전

최고의 가수에 회장님 이하 많은 최고의 팬들이 만들어가는 환상의 조합.
이래서 응원하는 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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