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500만원 표부터 손태진 팬미팅까지 암표 골머리
법 사각지대 속 온라인 암표 성행 국세청·국회도 대책 마련 나서
제작=트롯뉴스
트로트 공연을 중심으로 한 암표 거래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팬덤 문화가 확산되며 공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암표상들의 불법 거래가 그 열기를 악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가 단순한 질서 위반을 넘어 국민의 문화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7일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트로트 공연 티켓의 고가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임영웅 콘서트의 경우 정가 10만원짜리 티켓이 암표상을 거쳐 최고 50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일부 공무원과 교사 등이 개인 계좌를 통해 수억 원대의 암표를 유통한 사실을 확인했다. 거래 직후 게시글을 삭제하며 수익을 감추는 수법도 사용됐다.
트로트 암표 열풍은 늘 문제가 됐지만 특히나 화두로 떠오른 것은 2019년 ‘미스트롯’ 시리즈로 본격화됐다. 당시 송가인·정미애·홍자 등 ‘진선미’가 참여한 디너쇼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고 티켓 오픈 전부터 암표 거래가 포착됐다. 주최 측은 “불법 거래를 자제해달라”고 거듭 당부했지만 비정상 거래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손태진 팬미팅 암표 (사진=중고나라)
‘미스터트롯’ 콘서트에서도 사칭 사기와 암표 피해가 이어졌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연기된 틈을 타 SNS에는 ‘미스터트롯PD’라는 이름으로 제작진을 사칭한 게시물이 등장했다. 전국 각 지역 공연 티켓을 원가로 양도한다는 글이었지만 사실상 사기였다. 제작진은 “형사 고소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한다”고 엄정 대응하기도 했다.
가수 손태진의 첫 단독 팬미팅 ‘YOU MAKE ME SHINE’에서도 암표 거래가 나타났다. 예매는 오픈 2분 만에 전석 매진됐고 일부 팬들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고가로 거래를 시도했다. 공연 제작사는 “기업적 암표 거래 여부를 정밀히 살피고 있다”며 “티켓 예매사와 협의해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대중음악 공연 관련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폭증했다. 코로나19 이후 공연 재개에 따라 거래가 늘어난 점을 감안하더라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그러나 현행 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2항은 흥행장이나 경기장 등 현장에서의 암표 판매만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온라인 거래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현재 구조에서는 단속이 쉽지 않다.
PD를 사칭한 사기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자체 신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실질적인 차단은 어렵다. 판매자가 게시글에 1원만 표시하고 개인 메시지로 금액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온라인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도록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흥행장이나 역 등 오프라인 장소로 한정된 현행 법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온라인 거래 환경을 반영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문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트로트 공연의 폭발적인 인기와 팬심이 암표 시장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향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공연계는 투명한 예매 시스템 구축과 팬 보호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거래를 근본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팬들의 피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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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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