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이 연 거대 팬덤, 10대 천재들이 넓힌 저변… 'K-TROT' 세계화 탄력
사진출처 : 김유하 SNS
트로트는 오랫동안 중장년층의 음악으로만 여겨졌다.
가족 모임이나 시골 장터, 노래방에서 부모세대의 어르신들이 즐겨 부르는 장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트로트는 그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0대와 20대도 트로트를 즐기는가 하면 젊은 가수들이 무대에 대거 등장하고, 방송과 유튜브에서도 트로트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나훈아, 남진으로 대표되던 트로트계에 2000년대 초 장윤정이 등장하며 ‘트로트의 세대교체’는 본격화됐다. 이후 임영웅이라는 거대한 별의 등장은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고, TV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초등학생 트로트 신동들까지 등장하여 무대를 장악하며 세대교체의 정점을 찍고 있다.
젊음, 활력,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트로트가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출처 : KBS ‘불후의 명곡’
'임영웅 현상' 트로트의 체질을 바꾸다
트로트의 세대교체와 저변 확대는 무엇보다 젊은 세대의 유입에서 시작됐다.
대표적인 계기는 TV 오디션프로그램이다. ‘미스터트롯’, ‘미스트롯’은 세대를 아우르는 스타를 배출했고, 임영웅·송가인·이찬원 같은 젊고 실력 있는 인기 트로트 가수들이 등장, 1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세대교체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단연 임영웅이 있다.
‘미스터트롯’ 우승 이후 발매하는 앨범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팬덤 '영웅시대'를 구축하며 트로트를 산업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동안의 트로트가 수동적으로 ‘듣는 음악’에 머물렀다면, 임영웅의 ‘영웅시대’는 조직력과 충성도를 보여주면서 K-POP 아이돌에 버금가는 팬덤 문화를 이식하고, 음반 공동구매, 음원 스트리밍, 투표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트로트 팬덤이 단순한 시청자를 넘어 적극적인 ‘소비자’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영탁, 김용빈, 정서주, 전유진 SNS
이외에도 영탁, 김용빈, 정서주, 전유진 등 많은 신세대 실력파 가수들이 주류로 자리 잡으며 트로트가 ‘중년의 노래’라는 틀을 벗어던지고 팬덤을 확장하며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트로트 DNA'를 타고난 무서운 10대들의 등장
최근 트로트계의 가장 놀라운 변화는 ‘트로트 영재’들의 대거 등장이다.
정서주, 전유진 등 10대 가수들이 성인 못지않은 탄탄한 실력으로 주류로 떠오른 데 이어 김다현, 김태연 등도 국악을 기반으로 한 탁월한 가창력과 나이를 뛰어넘는 감정 표현으로 ‘트로트 신동’으로 불리며 방송과 공연에서 활약 중이다.
사진 출처 : MBN ‘불타는 장미단’
또 10살 김유하가 아버지뻘인 밴드 자전거 탄 풍경과 ‘너에게 난 나에게 넌’ 합동 무대를 선보이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초등학생 유지우가 조항조 삼촌의 ‘돌릴 수 없는 세월’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모습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들 ‘어린 천재’들의 등장은 트로트의 팬층과 가수 지망생 연령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계기가 되는 등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TV CHOSUN ‘금요일 밤에’
젊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등장한 어린 세대가 주도하는 트로트는 과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트로트의 구성진 꺾기와 ‘한’의 정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발라드, 힙합 등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며 세미트로트, 댄스 트로트 등으로 저변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수십 년 전에 발표된 노래도 감각적인 편곡과 세련된 무대의상, 발랄하고 밝은 에너지로 소화하고 화려한 댄스와 퍼포먼스로 무장한 신세대 트로트는 “촌스럽다”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세련된 느낌을 더하면서 다양한 세대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레전드의 역할, 그리고 'K-TROT'의 미래
젊은 후배들의 약진 속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한 트로트계에 이제 중견 및 원로 가수들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후배들과의 출연 경쟁보다 후진을 양성하고 현장에서 느끼고 체험한 경험과 연륜을 전수하고, 트로트 100년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노력 등의 ‘어른’으로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 출처 : 나훈아 MV / 남진, 설운도, 주현미 MBN ‘한일톱텐쇼’
나훈아, 남진, 설운도, 주현미 등 중견·레전드 가수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선배들의 경험과 트로트를 사랑하는 정신과 신세대의 열정과 끼가 결합 될 때 비로소 한국 트로트는 ‘100년 음악사’를 잇는 뿌리 깊은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건강하게 발전할 것이다.
트로트가 지금의 성장세를 넘어 진정한 ‘국민 음악’으로 도약하려면 글로벌 시장 진출도 필수적이다. 일본 엔카나 미국 컨트리 음악처럼 자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팬덤을 형성한 장르들이 좋은 사례다.
사진 출처 : MBN ‘한일가왕전’
MBN ‘한일가왕전’은 일본의 실력파 엔카 가수들과 한국의 트로트 가수들이 경연을 펼쳐 양국에서 큰 화제를 모으면서 트로트가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으면서도, 보편적인 멜로디와 감성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과거 나훈아도 일본에서 ‘엔카의 신’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던 것처럼, 새로운 세대의 트로트 스타들이 강력한 에너지와 현대적인 감각과 퍼포먼스를 무기로 ‘K-TROT의 신한류를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때 흘러간 유행가로 치부되던 트로트가 이제 가장 역동적이고 미래가 기대되는 장르로 완벽하게 부활하고 있다.
K-POP의 글로벌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OTT, 유튜브, 해외 공연을 통해 ‘K-트로트’ 브랜드를 확립한다면 K-트로트의 성공적 해외 진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세대 통합의 아이콘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TROT’으로 거듭날 트로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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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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