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음저협’ 회장선거 코앞에서 특정후보 출마 반대 초유사태...비리와 방만운영 후유증인가?

박강민 기자

등록 2025-11-21 19:14

회원들 “개혁적임자 아니다... 김형석 회장출마 결사반대” 시위

“이사시절 불성실...대형마트와 저작권 분쟁시에 기업편에 섰다”

김후보 “오해” 해명에도 “추락한 협회 개혁할 수장자격 미달” 반발

지난20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원들이 협회 사무실앞에서 김형석회원의 협회 회장출마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K-팝등 K-콘텐츠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은 지금,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서 창작자들의 권리를 대변해야 할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한음저협)는 새회장선거를 앞두고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오는 12월 16일 치러질 제25대 임원 선거에서 회장후보로 작곡가 김형석 후보와 현직 이사인 이시하 후보간의 맞대결이 확정된 가운데 선거시작부터 협회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다. 

유명 작곡가이자 이번 선거의 회장 후보인 김형석 씨의 출마를 반대하며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회원들의 집단 시위가 지난 20일 협회 건물 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한음저협은 2025년 징수액 4,653억 원 달성이 예상되며, 매년 약 400억 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국내 최대의 저작권 신탁 단체다. 5만 5000여 명 회원의 권익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인 회장 선거를 코앞에 두고 왜 회원들은 거리로 나와 특정 후보의 사퇴를 외치게 되었을까. 

이는 단순히 인물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그동안 누적되어 온 협회의 구조적 모순과 회원들의 폭발 직전의 누적된 불신이 김형석 후보라는 ‘트리거’를 통해 터져 나온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들여다보기 위해 회원들이 김형석 후보를 반대하는 사유와 한음저협이 처한 총체적 위기 상황을 분석했다.



비리의 늪에 빠진 ‘음저협’의 현주소

 

이번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감자가 된 배경에는 지난 수년간 협회를 둘러싸고 끊이지 않았던 각종 비리와 부정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한음저협은 그동안 국회 국정감사와 정부 부처의 감사 단골 소재였다. △임원 보수 논란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 △회장 품위유지비 과다 집행 △방만 경영 등 도덕성과 투명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사건들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제22대 선거는 회원들에게 있어 단순한 집행부 교체가 아닌 ‘협회의 정상화’와 ‘추락한 신뢰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회원들이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그 어느 때보다 현미경 검증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검증의 칼날은 이번선거에 회장 후보로 출마한 작곡가 김형석 후보를 정조준했다.


 


김 후보 출마를 왜 반대하나

 

시위에 나선 회원들은 김형석 후보가 협회장직을 수행하기에는 심각한 결격 사유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크게 과거 이사 재직 시절의 행보, 최근의 사업적 이해충돌, 그리고 현 집행부에 대한 안이한 인식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회원들이 가장 먼저 문제 삼는 것은 김 후보의 과거 협회 이사 재직 시절(윤명선 집행부)의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반대 측 회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김 후보는 4년이라는 긴 임기 동안 이사회 회의에 단 한 번만 참석했다.

회원들은 “협회의 이사는 회원의 권익과 직결된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부를 감시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자리인데 회의조차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자격미달”이라고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이사로서의 기본 의무조차 다하지 않는데 어떻게 협회 전체를 이끄는 수장이 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함께 회원들이 가장 강력하게 문제삼는 내용은 과거 협회와 대형 유통기업 이마트 간의 매장 음악 사용료 분쟁 당시 김 후보의 행적이다.

회원들은 “과거 협회가 창작자의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이마트와 힘겨운 법적 다툼을 벌이던 절체절명의 시기에 당시 협회이사였던 김 후보가 오히려 이마트 측과 손잡는 행보를 보였다”고 주장한다. 김 후보 측이 이마트 매장 내에 녹음실을 개설하고 직접 음악을 제작·납품했다는 것이다.


시위에 참석한 회원들은 “이로 인해 이마트가 협회와 정식 계약을 맺지 않고도 매장 음악을 ‘사실상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격분했다. 이는 협회의 이익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이자 동료 회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기업의 편에 선 명백한 ‘배임’ 행위라는 것이 회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고, 자신이 운영하던 학원의 학생들이 참여했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원들은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회원의 권리를 제3자(학생들)를 통해 기업에 넘겨준 셈 아니냐”며 이러한 해명이 관리 소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일 뿐 본질적인 이해충돌 문제를 덮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과거의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의 행보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후보 측이 AI(인공지능) 기반의 고품질 매장 음악을 만들어, 매장 음악 서비스 전문 기업 P사에 제공하기로 협업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서비스가 “저작권 사용에 대한 고민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음악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권료 징수를 극대화해야 할 협회장의 임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생각한다. 회원들은 “사적인 사업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인물이 회장 후보로 출마한 것 자체가 심각한 이해충돌”이라며 “회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협회장이 오히려 저작권료 시장을 위축시키는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김형석 후보의 최근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는 현 집행부의 방만 경영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저작권료 징수 범위 확대 등 현 집행부의 공로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현집행부의 투명성문제 등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현집행부 ‘옹호’로 비쳐진 이 발언은 즉각 일부회원들의 거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언급했듯, 현 집행부는 각종 비리와 방만 운영으로 협회의 신뢰를 바닥까지 추락시킨 장본인들로 지목받고 있다. 한 회원은 “정부 감사 지적 등 투명성 논란으로 얼룩진 현 상황에서 공로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회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질타했다. 

 사진 =김형석 이시하 선거캠프


12월 16일, 음저협의 미래가 결정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선거전의 네거티브 공방을 넘어섰다. 

이는 K-팝의 급성장 속에서 비대해진 권력과 자본을 둘러싼 협회 내부의 해묵은 갈등 그리고 더 이상 부패하고 무능한 협회를 용납할 수 없다는 회원들의 절박한 외침이 충돌한 결과다.


투표권을 가진 약 900여 명의 정회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회원들은 “이번에는 반드시 투명한 협회와 회원 중심의 협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5만 5000 회원의 생존권과 K-팝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걸린 제22대 한음저협 회장 선거, 음저협이 과거의 오명을 씻고 진정한 창작자들의 권익 단체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혼란의 늪으로 빠져들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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